시골에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정이 난 뒤
그렇다면 고양이(방역 알바)와 강아지(방범 알바)를 한 마리씩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별 고민 없이 '그럼 그러지 뭐' 라며 고양이 한 마리를 덜컥 데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가벼운 결정이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 결정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카와의 인연의 시작. 2019년도 11월 초
전 주인분께 모카를 인계를 받아 케이지에 넣고 비행기 시간까지 시간이 있어 언니네 집에 좀 있기로 하였다.
정말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 1도 없던 나는 아주 크나큰 실수를 하게 되는데...
바로 언니네 집에서 모카를 풀어준 것이다
케이지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보여서 집에 갈 때까지만이라도 탐색하며 놀라고 풀어준 것인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낯선 장소에 가게 되면 겁을 먹고 숨게 된다. 강아지와 매우 다른 점 중에 하나.
당연히 모카는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부엌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걸레받이가 고장 나서 들어가기 좋은 환경이었던 것!
비행기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모카는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고 준비해온 츄르는 동이 나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 낯선 사람들이 자꾸 자기를 케이지에 집어넣으려 하니 모카가 겁을 먹을 만도 했는데 그때는 얘가 왜 이러는지 이해도 안 되고 비행기 놓칠까 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전 주인분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전 주인분이 와서 싱크대 밑에 있는 모카를 끌어내고 달래서 간신히 케이지에 넣었다.
아까 그렇게 사납게 울부짖던 맹수는 어디 가고 한 마리 온순한 양이 되어 얌전히 들어가는 걸 보고 나도 나중에 저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케이지 넣는 건 힘들다 ㅠㅠ)
그날 나는 정말 울고 싶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정작 울고 싶었던 건 모카가 아닐까 싶다.
갑자기 집도 잃고 엄마도 없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암튼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했는데 모카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그때 모카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지금도 가끔 궁금하다.
지금은 엄청 수다쟁이인걸 생각해보면 긴장해서 말수가 줄었던 것 같아 짠하다.
모카의 본격 적응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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